항상 시즌이 되면 거론되는 수능한파가 몰아치는 가운데
역대 수능한파 중에서도 가장 강력했었다 싶은 올해의 수능도 끝난지 하루가 지났다.
올해로 수능을 친 지 10년이 된 아저씨 (ㅡㅜ)의 입장에서
매년 수능을 친 이후 학생들이 성적을 비관하거나
심하게는 자살과도 같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를 뉴스를 통해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을 느껴왔었다.
완벽주의적 성향 때문일까.
'이번 딱 한방에 뭔가 터뜨려주지 못하면 앞으로도 답 없다. 영원히 끝이다.'
식의 생각들을 하는 사람이 있는 거 같다.
그렇게 치면 매일 반에서, 전교에서 1등을 놓치는 적이 없었고
수능에서도 단 한번만에 전과목 고득점을 달성한 사람만이 이 세상을 무난히 살아가는가?
틀린 명제라는 걸 뻔히 알 것이다.
인생이라는 건, 미래라는 건 단 한번의 시험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수능 이전부터 우리는 각종의 작고 큰 시험이라는 것들을 접해오면서 살아왔다.
그것들 중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시험을 처음 쳤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거 한번 잘 봤다고 앞으로의 인생이 무조건 탄탄대로로 펼쳐지는 것도 아니요,
그거 한번 망쳤다고 앞으로의 인생이 안 봐도 무조건 지옥으로 펼쳐지는 것도 아니다.
지금까지 시험을 쳐 왔듯, 앞으로도 수많은 시험들이 우리 앞에 놓여있다.
단순 필기구와 종이를 가지고 보는 시험의 의미 말고, 진정한 의미의 시험이라면
아직 학생들에게는 그들 인생의 총 10분의 1 가량의 시험밖에 치르지 못한 것이라 봐도 무방하다.
학생들 좋아하는 LOL에 비유해볼까.
LOL 배치고사처럼 수능도 마치 대학 배치고사라고 생각해보자.
롤 배치고사 망쳐서 설령 브론즈에 떨어졌으면
그 사람은 앞으로도 영원히 브론즈에서 사는가? 아니지 않는가?
마찬가지다. 지금 대학 배치고사 브론즈 등급의(-_-a;;;) 대학교에 갔다고
앞으로의 인생도 영원히 브론즈 급이 되리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아직 다가오지 않은 자기 인생의 방향을 결정짓는 건 자기의 마음이다.
지옥으로 떨어지느냐 서광이 비추는 길로 나아가느냐 역시 자기 마음에 달렸다.
용기를 잃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에게만 길은 열린다.
용기를 갖고 나아간 사람에게는 분명 훗날
그 10년 전의 기억을 떠올리며 별거 아닌 거 갖고 그때 고민했었구나 하며
웃고 있으리라 확신한다.
용기를 잃지 말기 바란다.
눈 앞의 현실에 절망해 용기를 잃고 걸음을 멈춘 자에게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부디 올해에는 이 시즌에 안타까운 뉴스를 보지 않기를 바란다.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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