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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cellany

헬조선에 관한 단상

by Frost. C 2016. 1. 1.

다사다난했던 2015년이 마무리되었다. 개인적으로 2014년의 우리나라 사회를 관통하는 키워드가 '책임'이 아니었나 생각하는 필자에게 2015년의 우리나라 사회를 관통하는 단 하나의 키워드가 무엇이냐 묻는다면 단연 '헬조선'이라 보겠다. 14년의 우리는 가진 권한만 많을 뿐, 그에 걸맞는 책임을 질 줄 모르는 사람들을 적나라하게 봐왔고 그것이 결국 15년에 들어 우리나라 이 땅을 말 그대로 '지옥'에 빠뜨린 것이 아닌가 싶다. 지금의 우리나라를 게임의 화면에 빗대어 풍자한 그림이 한동안 화제에 올랐다. 와우에서 그대로 이름을 따온 이른바 '지옥불반도'가 그것이다. 잠깐 그 그림을 감상해보자.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세상을 바라보는 폭이 너무 편협한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드는 그림이다만 그렇다고 그저 풍자라 치부하기에는 불편한 진실들이 담겨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2015년의 대한민국의 현실은 암담했다.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청년 실업문제, 고용 불안의 문제, 지지부진한 부동산 물가 조정 정책, 두말하면 머리만 아픈 단통법 문제 등은 여전히 우리에게 실낱같은 희망마저 갖기를 거부하고 있으며 이런 문제를 해결할 생각이 있긴 있는건지 의문스러운 우리네 정부는 예산이 없다 징징거리던 와중에도 테러방지법안을 발의하고 그 없다던 예산만 잘도 편성했다. 그뿐인가. 지금 나랏님의 아버님의 정치는 틀리지 않았다는 걸 입증하고 싶은건지 역사마저 독단으로 바꾸고자하는 그들의 움직임은 '대체 누구를 위한 정치를 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만을 주고 있다.

현실이 이러니 '금수저'가 아니면 이 땅에서 살아가기 어렵다는 얘기가 나오고 '노오력'해봤자 바뀌는 건 없다고들 말한다. 이 '헬조선'을 벗어나는 것만이 답이라고도 말한다. 한마디 한마디 모두 전혀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이 먹고 살기 힘든 세상에서 발 붙이고 살수 있는 여건을 만들기란 결코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허나 아래와 같은 점들은 고려가 되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1. 노력하면 되는 것'도' 있다.

사회의 시스템적인 측면에 모순이 존재해 분명 노력해도 이룩하기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부분은 존재한다. 허나 모든 부분에 걸쳐 노력해도 전혀 답이 나오지 않을 정도로 아직 우리나라가 그렇게까지 장벽이 높은 곳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노오력'해도 답이 나오지 않는다는 얘기를 하는 것에 그 당위성이 증명되려면 그만큼의 보통 사람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노력을 기울여본 자만이 증명할 수 있는 것이다. 허나 그정도의 노력을 해 보고 말하는 사람이 과연 존재하는가? 설령 있다 하더라도 소수에 그칠 것이다.

그 국가에서의 사회문제가 유독 그곳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은 사실 거의 없고 세계적으로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문제점인 것이 대부분이다. 미국이라고 고용의 안정성이 100% 보장되는 것이 아니며 심지어 그곳은 국가가 개인의 의료비도 지원하지 않는 나라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자연스레 알 수 있는 부분이다. '탈조선'만이 답이라는 생각은 남의 떡이 더 커보이는 사람 심리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볼 것이다. 당장 실현 가능성이 없는 '탈조선'같은 대안보다는 우선 자신이 실천할 수 있는 것에서부터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2. 동일하지 않은 스타트 라인

우리 80-90년대생 이전에 우리 부모님의 세대 이야기를 들어보면 실로 믿기지 않을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다. 지금 할아버지, 할머니 분들의 6.25 전쟁 당시 이야기나, 왜정 당시 이야기를 차치하고 당장 전후 세대의 이야기만 들어봐도 지금의 여건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스타트 라인에서부터 시작해 여기까지 일구어 온 것은 분명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볼 것이다.

학비가 모자라 학교 등록금을 내지 못해 매번 선생에게 독촉을 받던 학생의 이야기, 점심 도시락을 싸오지 못해 물로 배를 채우고 굶주림을 참아가며 공부했던 이야기, 중고등학생 시절부터 스스로 학비를 마련해 공부해야 했던 형편이라 주간에는 공장에서 일을 하고 야간에 학교에서 공부했던 이야기 등은 지금 우리 세대에서는 거의 사라지다시피 한 이야기다. 지금 위에서 제시한 상황을 스타트 라인으로 잡고 거기서부터 시작해 지금 현재 기성세대의 일반적 경제수준까지 올라가보라고 하면 우리 세대 사람들 중에 '그걸 누가 못하냐' 라고 감히 단언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가? 필자가 보기엔 턱도 없을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그들이 지금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들인 노력에 비하면 지금 세대의 사람들이 들이는 노력은 미안하지만 기성세대들이 보기에는 노력 축에도 끼기 힘들다고 볼 수밖에 없다. 최소한 굶주려가며 공부한 적은 없지 않는가?

이러한 모습을 굵직굵직한 큰 흐름만을 요약해 보여주는 것이 예전 화제거리였던 영화, '국제시장'이라고 본다. 그 시절을 모르는 젊은 세대들도 영화를 보면서 눈물을 훔치게 했다고 알려져 있는 만큼 그 영화가 현재 우리 세대들에게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기성세대들에게 보내는 헌사는 그 효력이 충분히 있었다고 볼 것이다. 허나 이와 관련해 참으로 특이한 평가를 하는 사람도 있다. 아래와 같은 사례가 그것이다.

출처 : 네이버 영화 이미지 캡쳐

 

첫번째 평이야 영화라는 작품의 기술적인 연출 측면에서 평을 내렸으니 그렇다고 볼 일이다만 문제는 2, 3번째 평론이다. 대체 이게 어딜 봐서 넋두리이고 집단 정서에 의존하는 호소라는 말인가? 물론 잘 사는 나라를 만들어보자는 공리적인 의식 하에 당시 국민들이 대동단결하여 지금과 같은 발전을 일구어낸 것은 아니다. 모두 개개인이 '그 간의 가난과 굶주림을 극복하고 우리 가족들 다 잘 살아보자.'라는 일념이 당시 국민들에게 공통적으로 있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이다. 우리 가족들 다 잘 살자는 일념이 그때 당시와 지금의 가정에서 무슨 차이가 있는가? 당시의 고된 희생을 보여주며 '우리가 이정도까지 했으니까 너희가 지금 이렇게 지낼 수 있는거야.' 라는 식의 훈계는 어디에도 없다. 무언가 비판을 하려면 문제점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바라보고 비판을 해야 의미가 있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사실관계를 왜곡해 받아들이는 견해가 있는 이상 근거 없는 현실 비난이 계속될 것이고 이런 의식이 곧 비판과 자성없는 혐한 정서와 헬조선론을 발전시켜나가는 근간이라 본다.

물론 어느 것에나 자성과 비판은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자신에게나, 자신이 속한 조직에나 좋은 비판은 더욱 그것을 발전시켜나갈 수 있도록 하는 원동력이 된다. 허나 주변 상황에 대한 면밀한 판단 없는 무조건적인 비난은 발전은 커녕 퇴보만을 야기할 뿐이다. 물론 우리 세대 힘든 거 맞다. 하지만 이 힘든 생활이 우리에게만 국한된 세태가 아니라는 것을 인지하자. 우리 윗 세대는 우리보다 더 척박한 여건 속에서 살아온 사람들이다. '노오력'해도 나아질 게 없다고 좌절할 시간에도 여전히 '노오력'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 나중에 가서 진정으로 자기가 할 말이 있기 위한 발판이라 본다. 눈 앞의 현실에 절망해 걸음을 멈추는 자는 그저 거기서 끝이기 때문이다. 그 일념 하에 오늘도 필자는 세상이 조롱하는 우직한 '노오력충'이 되고자 한다. 인내 끝에 맛보는 달달한 열매를 위해서 이 글을 보고 계신 분들도 건승하는 2016년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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