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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cellany

가슴이 저릿저릿한 이야기

by Frost. C 2023. 3. 2.

0. 언젠가부터 구글 피드는 나에게 블라인드의 토픽을 제시한다. '너 여기에 관심 있지?' 하는 식으로 어떻게 관심이 갈 수밖에 없는 주제만 쏙쏙 골라서 내밀어놨더라. 

1. 그러던 와중에 문득 읽은 어느 한 사용자의 글을 읽고 서글퍼졌다. 해당 글의 링크를 남겨둔다. (https://www.teamblind.com/kr/post/지금의-출산율은-50-60이-만든거임-nTHcH02J)

나는 자신이 없다. 어느날 아이가 나에게 '이럴거면 나를 왜 낳았느냐' 물어보게 된다면 나는 미안하다는 대답밖에 하지 못할거 같아서 두렵다


2. 저릿저릿한 말이다. 부모는 아이가 원하는 모든것을 다 들어줄 수 없기에 아이한테 미안해한다. 반면 아이는 부모가 자신에게 가질 기대를 충족해드릴 수 없기에 죄송해한다. 서로가 서로에게 죄책감으로서 존재한다면 결국 이 관계에는 큰 균열이 간다. 행여 '엄마(또는 아빠)가 나한테 해준 게 뭐가 있어?' 식의 욱 하는 소리라도 자식이 한번 내뱉는다면 부모는 우선 반발심이 생길 것과 동시에 그 투정에 내심 미안함을 느낄 것이다. 자기에게 주어진 죄책감을 어떻게든 털어내고 싶은 것이 사람의 심리이니까. 부모가 자식에게 성적 등으로 타박하는 것 역시 자식 입장에서는 어떠할까? 반발심과 죄책감이 양립할 것이 자명하다. 이렇게 부모와 자식은 서로 불행해져간다.

3. 자식이 왜 부모에게 효도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원적이고도 발칙한 질문을 가져본 적이 있다. 효도하지 않으면 당장 자식 입장에서 생존이 안 되기 때문에? 자기에게 생명을 불어넣어주고 지금에 오도록 정성스레 키워주신 것에 대한 응당한 보답이기 때문에? 다양한 의견이 있겠으나 자식이 부모에게 효도해야 한다는 명제 자체부터 부정된다면 사회가 지속 가능할 수 없다는 점은 이견이 없을 것이다.

4. 사회에 대한 근본적 성찰과 정비가 필요한 때가 아닌가 싶다. 부모 자식 관계가 그 존재 자체로 행복할 수 있도록. 더 이상 서로가 서로 때문에 불행한 관계가 되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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