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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일상에서 흔히 발견하기 쉬운 논리적 오류들

by Frost. C 2022. 11. 1.

 



[서론]

토론을 하다보면 서로 의견이 다른 경우가 발생하는데 이때 다른 이에게 자신의 의견을 설득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논리이다. 허나 우리는 현대 사회에서 논리의 탈을 쓴 오류가 버젓이 토론의 수준을 저해하거나 방해하는 상황을 자주 마주친다. 합리적인 의사결정과 상호 협조를 통한 지속가능한 사회를 구성하기 위해 일상에서 쉽게 마주치게 되는 논리적 오류들을 짚어보고 경계하는 시간을 가져보고자 한다. 주로 참고한 자료는 나무위키의 논리적 오류 항목이며 사실 이 내용들만 훑어봐도 워낙 설명이 잘 돼 있어 1회독을 권유하지만 내용이 방대한 관계로 핵심적인 부분이라 생각하는 항목들만 추려봤다. 이 오류들에 대해 수월하게 대응하면 일상 생활에서 거의 대부분의 반지성적인 토론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네 가족한테도 같은 소리를 할 거냐? : 동정에 호소하기 오류]

맞는 논리인지의 여부는 뒷전이고 해당 일이 본인 일이 아니니 저런 이야기를 하는 거라는 식의 반박이다. 앞으로 소개할 내용의 대부분은 그들이 반박하고자 하는 명제의 논리 그 자체에 대한 반박이 아니라 발화자의 입지와 관련된 내용을 빌미로 본질을 흐리는 식인데 이와 같은 패턴은 정말 자주 엿볼 수 있는 논리적 오류이다.

물론 지나치게 형식적으로 상황을 판단해 기계적인 결론을 도출하는 것도 문제겠으나 형평성에 맞지 않게 인정에 따라 상황을 판단하는 경향 또한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예를 들어 연쇄살인을 저지른 흉악범이 검거되었는데 그 범인이 자기 가족중에 하나였다라고 하면 가족 입장에서는 물론 안타까운 부분이나 범죄 행위에 대한 책임 자체를 부정할 수 없는 것과 같다. 이를 두고 설령 다른 가족 구성원이 범죄자에 대한 처벌 필요성을 인정했다 하여 그를 매정하다고 매도하는 논리는 당연히 옳지 않다고 볼 것이다. 이런 식의 논리가 팽배하면 원칙과 절차는 무시되고 그때그때의 정서와 감정에만 충실해지는 형평성이 무너진 사회가 된다.

[너 XX지? : 인신공격의 오류 중 특수 환경 공격]

이 역시 위와 마찬가지로 발화자의 명제 자체를 검증해야지 그 사람의 출신이나 성분 등을 논거로 들어 그 논거를 반박하고 있다. 논리 자체에 대한 검증이 아니라는 점에서 올바른 반박이 아니라 볼 것이다. 그가 말한 논리 그 자체에 대해 판단해야지 학력이 어떠했는지, 정당이 어디 소속인지, 사생활이 깨끗한지 등의 여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것을 반드시 상기해야 한다.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논리와는 관계 없이 발화자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가시적 정황을 믿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면 몸매가 좋은 헬스 트레이너가 건강 관련한 본인의 의견을 말하면 그게 사실인지와는 관계 없이 설득력을 얻는 것 처럼. 허나 그 사람이 그 의견을 말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느냐와 그 논리가 맞느냐는 완전히 다른 문제이다. '~~~한 주제에 당신이 할 말이냐' 식의 반박은 해당 논리에 자신은 동의할 수 없다는 개인적 의견으로는 제기할 수 있겠지만 그게 올바른 반박은 아니라는 점을 상기하자.

[내가 해봐서 아는데 : 발생적 오류]

'라떼는 말이야' 식 전형적 꼰대 발언의 레퍼토리에 해당한다. 비록 자신이 해당 상황을 경험했던 시절에는 자신의 그 경험에 따른 결론이 맞았겠지만 현재에 이르러 상황이 변화했다면 결론 역시 다를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또한 그 경험마저 그저 수없이 많이 존재했을 경험들 중 일부였을 뿐 쉽사리 일반화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수 있다는 점 또한 간과하고 있다.

반드시 현재의 상황과 당시 자신의 상황이 동일한지 검토한 후에 자신의 의견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거기다 해당 멘트 자체가 워낙에 유명해졌으니 괜시리 자신에게 물어본 적도 없는데 먼저 나섰다가 꼰대 소리를 듣느니 상대쪽이 먼저 조언을 구하면 그때 가서 친절하게 자신의 경험을 알려주는 미덕을 갖춰보자.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지 : 매듭 자르기의 오류]

개인 입장에서 잘못된 조직이나 시스템을 개혁하기 아주 어려우니 괜히 맞서다 불이익 당하지 말고 그냥 조직을 떠나라는 의미겠으나 이런 행태가 반복되면 결국 그 조직이나 시스템은 붕괴한다.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 아닌 것이다. 위에서는 개인과 조직간 갈등의 사례로 제시했으나 보다 더 다양한 사례를 엿볼 수 있다. 예를 들면 어느 문제점에 대한 효과적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데 그에 대한 답변이 '그냥 포기해라' 식이면 올바른 대화라 볼 수 없는 것이다. 또한 조직의 입장으로써 개인의 애로사항에 대해 반박할 시 많이 볼 수 있는 오류인데 시스템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었으면 그 내용 자체에 주목해야지 '불편하면 나가시든가' 식으로 반박하는 것은 올바른 대응이라 볼 수 없을 것이다.


[XX역에 모이는 사람들이 저렴하고 불쾌한 느낌을 주는 것은 사실 아니냐 : 자연주의적 오류]

이거야말로 정말 주변에서 쉽게 엿볼 수 있는 오류 중에 하나이다. 사실에 대한 판단과 가치에 대한 판단을 혼동하여 생기는 문제이다. 위에서 제시한 XX역에 모이는 사람에 대한 개인적 견해는 어디까지나 개인의 가치기준으로써 내린 판단일 뿐인데 이를 마치 만고불변의 사실인 마냥 본질을 흐렸다. 더욱 큰 문제는 정작 그렇게 천박한 논리를 펼쳐놓고 그 논리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자각조차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래놓고 버젓이 저 궤변을 팩트라고 주장하면서 마치 자신의 논리가 반박이 불가능한 성질의 것인 마냥 위세를 떨친다. 그야말로 가관인 것이다.

자신의 견해와 사실은 명확히 구분하려고 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이는 메타 인지와도 관계가 있는데 자아가 건강하지 않은 사람은 자기 객관화가 잘 이뤄지지 않고 자신의 의견을 마치 사실인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본인의 한정적인 경험을 토대로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기도 하니 이러한 오류의 유형은 조심해야 한다. 이런 오류가 자연스럽게 혐오의 정서에 녹아들며 궤변으로 무장한 상호 대립을 낳고 분쟁을 야기한다.


[결언]

토론을 하는 목적은 상호 의견 교환을 통해 모두가 동의한 합당한 결론을 도출하기 위한 것이다. 논리적 반박을 하는 과정에서 그 논리 자체와는 상관없는 궤변으로 논점을 흐리는 오류로부터 스스로를 끊임없이 경계하자. 또한 오늘도, 내일도 일어나고 있을 사회 속 궤변과 논리적 오류를 한번쯤 탐색해보는 것도 일종의 블랙코미디와 같은 나름의 맛(?)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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